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마켓 탐방기

mathig 2025. 6. 27. 10:10

쓰레기 없는 소비,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 마켓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뉴스나 SNS에서 보던 무포장, 리필 스테이션, 유리병에 담긴 곡물과 세제들이 과연 실제 생활 속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저는 직접 제로웨이스트 마켓 몇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이론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직접 보고, 담고, 느끼는 경험이 있어야 진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다녀온 제로웨이스트 마켓들의 후기와 처음 가보는 분들을 위한 현실적인 팁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함이 아니라, 새로운 습관의 발견이라는 사실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제로웨이스트 마켓 탐방기

 

직접 가본 제로웨이스트 마켓 후기

더피커(The Picker)

제가 처음 방문한 제로웨이스트 마켓은 서울 성수동에 있는 ‘더피커(The Picker)’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달랐습니다. 매장 전체가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제품들은 화려한 패키지 없이 담백하게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곡물, 건조 과일, 견과류, 차 종류, 세제, 비누 등 모든 품목이 ‘벌크’ 상태로 진열되어 있었고, 손님들은 가져온 유리병이나 천 주머니에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덜어서 담고 있었습니다.

직원분께 물어보니, 처음 방문하는 고객은 무게 측정 방식과 담는 절차에 대해 설명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져간 유리병의 무게를 먼저 재고, 원하는 곡물(예: 렌틸콩)을 담은 뒤 총 무게에서 용기 무게를 빼는 방식으로 계산했습니다. 소분 단위로 구매하니 과소비도 막을 수 있었고, 신선한 상태로 필요한 양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알맹상점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망원동의 ‘알맹상점’이었습니다.

이곳은 생활용품과 세제 위주로 구성된 마켓이었으며, 특히 세제 리필 스테이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기존에 사용하던 세제 용기를 씻어 가져가 세탁세제를 채워 넣었고, 물비누와 주방세제도 소분하여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약간 높았지만, 포장이 없는 데다 품질도 좋고, 무엇보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두 마켓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물건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생활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진열방식, 안내 문구, 직원의 응대 하나하나에 ‘환경을 위한 배려’가 녹아 있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마켓 방문 팁

제로웨이스트 마켓은 일반 마트와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몇 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제가 실제로 느꼈던 부분을 기준으로 입문자분들이 알아두면 좋은 팁들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용기와 장바구니는 반드시 준비하세요
곡물이나 세제, 액체류를 담기 위한 유리병, 플라스틱 통, 천 주머니 등은 필수입니다. 보통 마켓 내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스스로 챙기는 것이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됩니다.

2.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벌크 제품은 가격이 g단위 또는 ml단위로 매겨지기 때문에, 처음 가면 혼란스럽기 쉽습니다. 미리 필요한 품목과 대략적인 용량을 메모해가면 훨씬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습니다.

3. 유리병이나 용기의 무게는 매장 입장 전에 재야 합니다
각 마켓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입장 시 용기를 측정하여 스티커나 메모지로 표시해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계량도구나 깔때기를 챙기면 편리합니다
소량으로 담을 경우 작은 깔때기나 스푼이 있으면 쏟아지지 않게 담을 수 있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비치해두지만, 직접 가져가면 더 위생적이고 효율적입니다.

5. 계산 시 당황하지 마세요 – 대부분 직원이 도와줍니다
처음엔 ‘이걸 내가 직접 담아서 어떻게 계산하지?’ 싶지만, 실제로는 직원분들이 무게 측정, 가격 계산을 차근차근 안내해주기 때문에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 방식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소비 방식이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제로웨이스트 마켓이 주는 진짜 가치

제로웨이스트 마켓은 단순히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곳이 아닙니다. 그 공간은 소비자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교육의 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마켓에서 쇼핑을 하면서, ‘내가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고 있지는 않았는가’, ‘쓰레기를 줄이려면 물건의 양이 아닌 방식부터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제품의 원산지, 성분, 보관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여 구매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윤리적 소비, 로컬소비,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개념이 녹아들게 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마켓을 방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각자 가져온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환경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모습은 마치 커뮤니티에 들어온 듯한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환경 실천’이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나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도 생겼습니다.

 

 

당신도 제로웨이스트 마켓을 한번 경험해보세요

제로웨이스트는 말로만 실천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제로웨이스트 마켓은 그 출발점으로서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일회용 포장을 줄이는 것부터, 대체 가능한 제품을 시도해보는 것까지, 모두 이 마켓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존의 소비 방식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넘어서면, 훨씬 더 만족도 높은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만 골라 담고, 불필요한 포장재를 없애며, 환경을 해치지 않는 소비를 한다는 뿌듯함은 어떤 쇼핑몰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정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 가까운 제로웨이스트 마켓을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준비물 몇 가지만 챙기면, 새로운 소비의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단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비 철학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