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일회용품 없이 살기 도전기

mathig 2025. 6. 26. 18:06

내가 일회용 없이 살아보기로 결심한 이유

우리는 매일 무의식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종이컵, 비닐봉지,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수저… 하루를 살면서 손에 쥐는 거의 모든 것들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물건’이다.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퇴근길에 들른 카페에서 받은 음료 컵과 빨대, 그걸 담은 비닐봉지를 버리려던 찰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오늘만 버린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데,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이만큼씩 버린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그렇게 나는 ‘일회용품 없이 한 달 살아보기’라는 작은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도전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미를 넘어, 내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내가 무엇을 소비하며 살아가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일회용품 없이 한 달 살기

제로웨이스트 일회용품 없는 첫째 주, 불편함과 낯섦

도전을 시작한 첫 주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아침 출근길, 습관처럼 들르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려다 멈칫했다. 모든 음식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고, 수저는 물론 포장까지 비닐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빈손으로 나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삶은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소비 방식 전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웠다. 회사 근처에서 일회용 용기를 쓰지 않는 식당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다니기 시작했다. 반찬통, 수저, 물통까지 전부 직접 챙겨야 했고, 퇴근 후에는 매일 설거지해야 했다. 가끔은 너무 귀찮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카페에서도 난관은 계속됐다. 텀블러를 챙겨야 한다는 걸 자꾸 잊어버렸고, 매번 “일회용 컵은 안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처음엔 민망했다. 하지만 두 번째 주쯤부터는 점점 익숙해졌다.
일회용품 없이 산다는 건, 무의식적인 소비를 의식적인 선택으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 안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하게 살아왔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 일회용품 없는 둘째주, 대체품 찾기와 새로운 루틴의 시작 

둘째 주부터는 조금씩 적응이 됐다. 일회용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물건들을 하나둘씩 갖추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꾸고, 면봉은 재사용할 수 있는 실리콘 면봉으로, 샴푸는 액체에서 고체 샴푸 바로 교체했다.
비닐랩 대신 밀랍 랩을 쓰고, 장을 볼 때는 유리 용기와 천 가방을 들고 다녔다. 이런 변화는 내게 ‘내가 사용하는 물건에 책임을 지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평소 자주 가던 마트 대신, 포장재가 없는 로컬 상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견과류, 곡물, 채소 등을 담기 위해 유리병을 들고 가야 했지만, 제품 하나하나를 고르고 담는 과정이 오히려 더 정성스러웠다.
배달 음식도 줄이게 됐다. ‘일회용 수저, 용기 모두 거절’ 옵션이 없는 업체는 애초에 주문하지 않았고, 동네 음식점 중에 내 도시락 통을 가져가면 담아주는 곳을 발견하면서, 이 도전은 단순한 절제에서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삶으로 확장됐다.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제로웨이스트 가방’을 따로 꾸렸다. 그 안에는 텀블러, 손수건, 접이식 장바구니, 다회용 수저 세트, 빨대, 소형 용기가 들어 있었다. 외출 시 이 가방만 챙기면 어느 상황에서도 일회용품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변화는 처음엔 번거로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어 갔다. 마치 내가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예상치 못한 깨달음과 심리적 변화

일회용 없이 한 달을 살면서 얻은 가장 큰 변화는 ‘내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이전에는 물건을 살 때 가격이나 편의성만 따졌지만, 이제는 ‘이 물건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걸 대체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들었다.
쓰레기통도 달라졌다. 한 달 전에는 매일 두 봉지씩 버리던 종량제 봉투가, 이번 달에는 단 하나로 충분했다. 분리수거함도 한결 비워졌다. 이 숫자는 내게 놀라움과 동시에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또한 마음의 변화도 컸다. 이전에는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너무 당연했지만, 이제는 버릴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건 꼭 필요했을까?’, ‘좀 더 오래 쓰고 고칠 수는 없었을까?’라는 질문은 내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고,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지출도 줄었다.
더 나아가,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는 즐거움도 생겼다. SNS에 내가 실천하는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팁을 보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 실천은 나만의 외로운 도전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이어지는 연대의 경험이 되었다.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자유'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환경을 위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깨달았다. 일회용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자유’를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을.
매번 쓰고 버려야 하는 제품 대신, 오래 쓰고 책임질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내 삶을 더 건강하고 간결하게 만들어주었다.
물건이 줄어들면서 정리할 것도 줄었고, 쓰레기가 줄어들면서 죄책감도 사라졌다. 나의 삶이 보다 ‘의식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 도전을 마치고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이제 플라스틱 빨대를 보면 자동으로 거부감이 들고, 포장이 과한 상품을 보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완벽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소비만큼 바꿔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실천이다. 그리고 이 실천은 어느 날 갑자기 크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불편을 받아들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일회용 없이 살아본 한 달은 나에게 ‘환경을 위한 삶’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나를 위한 삶, 더 나은 삶을 향한 첫걸음이었다.